올해 7월 14일 서독 지역을 대표하는 도시 뒤셀도르프는 남다른 행사로 유럽인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휴가철이 시작될 즈음의 유럽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행사와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이는 전 세계의 젊은이들을 유럽으로 끌어모으는 색다른 마케팅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이번 여름 뒤셀도르프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유는 젊은이와 시니어들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독일 온라인 시니어 매거진 <59 Plus>가 주최한 이 행사는 시니어들을 위한 디스코 파티로 뒤셀도르프의 마르크트 플라츠에 위치한 성대한 행사장 알테 케머라이(Alte Kämmerei)에서 개최되었다. 취지에 맞게 이 행사에는 젊고 유명한 가수들이 아닌 시니어들로 구성된 뮤지션들이 초빙되었다.

시니어들의 청춘을 재현한 콘셉트

독일 온라인 시니어 매거진 <59 Plus>는 오래전부터 이 디스코 파티 행사를 준비하고 계획했다. 뒤셀도르프 시청이 위치한 구도심에서 개최된 이 행사는 많은 관광객과 오가는 시민들의 관심 속에 진행되었다. 이번 행사는 말 그대로 시니어들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디스코 파티를 열자는 기획 하에 준비된 것이었다. 행사를 이끈 시몬느 브뤼게만(Simone Brüggemann)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뒤셀도르프에서 시니어 디스코 파티를 개최하자는 아이디어는 저희 59Plus팀이 오래전부터 지니고 있던 생각입니다. 다행히 우리는 미트라 카사이나 올 인클루시브 같은 환상적인 파트너를 발견할 수 있었지요.” 그녀의 말대로 이번 행사에는 매우 특별한 게스트가 준비되어 있었다.

디스코 파티에는 에버그린, 디스코 클래식, 부기 펑크, 히트곡 메들리 등 60년대에서 80년대 사이를 풍미했던 음악들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이때를 청춘의 시기로 기억하는 연령층에게 이런 음악은 추억 여행을 선사했다. 처음으로 컬러텔레비전이 등장하고 자유분방한 히피 문화가 휩쓸었던 유럽에서 미국의 팝과 록 음악에 심취해 디스코장을 들락거리던 당시의 청춘들이 지금은 시니어라 불리는 연령대가 되었다. 그렇지만 이들은 그때와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활기차게 이야기한다. 이들에게 새로운 젊음을 선사한 것은 음악뿐만이 아니다. 같은 연령대인 시니어들로 구성된 문화 활동가 그룹 “올 인클루시브(OLL INKLUSIV)”는 독일 내 여러 행사를 다니며 젊은 그룹들 못지않게 바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올 인클루시브”가 노인과 시니어들을 중심으로 활발한 인기를 끌어모으는 이유다.

시니어들로 구성된 독일 문화 활동가 그룹인 “올 인클루시브”는 이번 행사의 주축으로 참여했으며 가장 큰 이슈가 되었다. 이들과 함께 파티를 이끈 미트라 카사이(Mitra Kassai)는- 그녀는 “올 인클루시브”의 창시자이다 - DJ 리타(RITA)로도 활동 중인 함부르크 출신의 뮤지션이다. 함부르크의 음악씬과 문화씬의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그녀는 올해로 46세를 맞은 활동적인 예술가로 디제잉과 힙합 등 음악뿐 아니라 그라피티를 활용한 미술 활동을 진행하는 등 언제나 대중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59 Plus>가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트라 카사이는 시니어 그룹 “올 인클루시브”를 비롯한 시니어들의 음악 및 예술 활동에 대한 소회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올 인클루시브를 비롯한 우리 시니어 예술가들은 함께 문화를 즐기고, 음악을 듣고, 친분을 맺기를 원합니다. 호기심을 지니고, 번뜩이는 영감을 발견하고, 삶을 느끼는 일 말입니다. 함부르크에서 우리는 이를 위한 활발한 네트워크를 결성했는데 이 네트워크는 60세 이상의 시니어들에게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독일 시니어 활동가 그룹 “올 인클루시브(OLL INKLUSIV)”의 출연

그렇다면 시니어들로 구성된 팀 “올 인클루시브”는 어떤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을까. 이들은 자신들을 스스로 “가장 젊은 늙은이들”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들은 70~80년대 로큰롤을 즐기고 학생 운동에 활발히 참여했으며 국가의 경제 부흥에 공헌했던 자신들의 과거를 자랑스러워하고 다른 한편으로 현재의 나이 듦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다. “올 인클루시브”는60세 이상 시니어들이 함께 모여 새롭고 창의적인 활동들을 기획하고 직접 행사에 참여하는 활동을 벌이는 예술가이자 활동가들이다. 이들의 활동은 하나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게 특징이다. 콘서트를 열거나, 낭독회를 개최하고 댄스 공연과 야외 레포츠 활동, 워크숍 개최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실제 공연을 이끈다. 그렇다면 이런 복합적인 활동은 무엇을 중심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올 인클루시브”는 모금 활동과 후원을 통해 여러 방면에서 관심을 끌어모으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열성적인 활동을 이어간다. 이 팀을 이끄는 가장 핵심적인 모티브는 무엇보다도 60세 이상 시니어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관심이다. 이는 뒤셀도르프에서 개최된 시니어 디스코 파티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들이 기획하는 일들은 특별한 예술 영역을 지향하거나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재능을 선보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올 인클루시브” 팀은 자신들과 같은 시니어들이 함께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행사라면 그게 무엇이든 오직 재미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포부를 이야기한다.

혼자가 아닌 함께

“올 인클루시브”가 강조하는 모토는 '혼자가 아닌 함께(gemeinsam statt einsam)'다. 이들은 홀로 집에 머물고 있거나 친구나 바깥 사회와 교류가 끊긴 노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활동을 홍보한다. 스스로 고립된 노인들을 바깥으로 끌어내어 사람들과 함께 교류하고 생활해 나가는 일을 돕기 위해서다. 여기에 “올 인클루시브”의 활동이 지닌 의미가 담겨있다. 재미와 창의성을 한껏 발휘하며 삶을 즐기는 동시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따뜻함과 책임 의식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 출처 : 미래에셋은퇴연구소

* 기고 : 김수민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