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와 소비자금융보호국이 함께 개발한 ‘머니 스마트 프로그램’이 노인 대상 금융사기 예방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전역에서 운영 중인 이 프로그램은 사전 신청 없이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보이스 피싱을 비롯한 각종 금융사기 사건이 늘어나고 있다. 피해 대상은 주로 노인층이고 저축, 연금펀드, 부동산 및 사회보장 신탁금 등 피해 범위도 매우 다양하다. 심각한 건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메디케어(Medicare)(*하단 용어 설명 참조), 저임금 노인들이 추가 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메디케이드(Medicaid)(*하단 용어 설명 참조)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노인들이 당하는 금융사기 피해가 다른 세대의 피해와 다른 점은 가해자의 신분이다. 보이스 피싱 등 일반적인 금융사기의 가해자가 대부분 해외에 거주하는 사기꾼인 경우가 많은 반면, 노인 대상의 금융 사기 사건은 그들이 한평생 믿어온 가족이나 이웃들이 가해자일 때가 많다. 심지어 가해자가 자녀들인 경우도 빈번하다. 미국에서 노인 대상 금융사기가 급증하는데도 막상 신고된 건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이 때문이다.

노인들의 이러한 금융사기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고, 좀 더 재정적으로 안전하게 노후를 맞을 수 있게 해주며, 나아가 현명한 재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2013년 미국의 연방예금보험공사는 소비자금융보호국과 함께 금융 교육 프로그램인 ‘머니 스마트 프로 그램(Money Smart Program for Older Adults)’을 개발했다.

노인들을 위한 머니 스마트 프로그램은 일주일에 한 번, 참석할 때마다 2시간씩, 3주간(총 6시간)에 걸쳐 운영된다. 주로 각 주의 노인 보호 전문기관들이 이 프로그램을 전수받아 동네 노인복지관에서 진행한다. 간혹 금융기관들이나 지방 검사들이 함께 진행하기도 한다. 사전 신청은 필요하지 않고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머니 스마트 프로그램 커리큘럼은 이런 것들이다. △노인 대상 금융사기 사례 △개인 정보 도난 사례 △주택 소유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기 사례 △참전용사가 받는 혜택을 대상으로 하는 사기 사례 △예상 치 못한 노후의 삶에 대한 준비 △ 재난·재해에 대한 재정적인 준비 및 대체 등이다.

텍사스주 포트워스시에 위치한 ‘가디언십 서비스 기관(GuardianshipServices, Inc.)’에서는 지난 2년간 머니 스마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 다. 기관 대표 린 스캇은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노인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단순히 일방적인 지식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경험 들을 공유하며 서로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고 말했다. 린 스캇의 부연 설명이다.

피해 경험 · 다양한 정보 공유

“사회 전반적으로 노인 학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노인들의 쌈짓돈을 대상으로 하는 재정적인 학대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실제로 프로그램 강의를 하다 보면 많은 참가자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주변에서 다양한 사례들을 목격했다고 이야기한다. 서로의 경험담이 때로는 가장 효과적인 배움이 된다. 머니 스마트 프로그램은 지역사회 노인들에게 이러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매우 소중한 장소와 기회를 제공해준다고 생각한다.”

머니 스마트 프로그램에 참가한 노인들은 커리큘럼 내용이 담겨 있는 책자를 무료로 받을 수 있고, 저소득층 대상 교육에 참가한 사람들은 모든 커리큘럼이 끝난 후 휴지, 세제 등 생필품을 선물로 받는다. 라틴계 미국인들을 위해 스페인어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미국 전역 에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봄 연방예금보험공사는 이 프로그램을 주관하면서 겪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 첫째, 시력 및 청력이 좋지 않는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선？

● 둘째, 금융에 관한 정보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문제 개선을 위해 다양한 지역 기관들과 협력해 서비스 및 정보 제공

● 셋째, 노인층 대상 금융사기 사전 방지를 위한 연방 정부 기관과 지역 기관들과의 밀접한 네트워크 형성

알링튼에 위치한 텍사스주립대 사회복지학과에서 저자를 포함한 3명의 교수진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가디언십 서비스 기관과 협력해 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머니 스마트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전반적인 재정 상태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이웃들과 관련한 인적 네트워크 현황을 파악하고, 그들이 금융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다양한 예방책을 강구하는 것이 이번 연구의 목표다.

부족한 대중교통, 금융사기 발단

예비조사 연구기록을 보면 부족한 대중교통체계가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됐다. 미국은 대중교통이 한국만큼 잘 구축돼 있지 않다. 그렇다 보니 더 이상 운전을 할 수 없는 노인들이 자식들이나 이웃들 에게 소소한 은행 업무들을 부탁하게 되고, 이러한 과정에서 개인 정보가 누출돼 금융사기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물론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온라인 뱅킹이 이러한 위험을 방지하는 역할을 해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많은 노인들은 아직 스마트폰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 더구나 저소득 노인들일 경우 와이파이 등을 통한 편리한 인터넷 환경을 구비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노인 친화적 교통체계 수립 및 무료 인터넷 환경 구축, 그리고 이에 따른 정보화 교육이 노인들의 금융사기 예방에 대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가디언십 서비스 기관은 최근 노인 및 장애인들에게 무료 식사를 가정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기관과 협력해 머니 스마트 프로그램을 확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집에 혼자 살면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머니 스마트 프로그램을 일대일로 제공해주려는 것이다. 금융사기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머니 스마트 프로그램이 얼마나 다양하게 변화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 메디케어(Medicare) 

미국에서 시행 중인 노인의료보험제도. 사회보장세를 20 년 이상 납부한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에게 연방 정부가 의료비의 50%를 지원한다.

* 메디케이드(Medicaid) 

소득이 빈곤선의 65% 이하인 극빈층에게 연방 정부와 주 정부가 공동으로 의료비 전액을 지원하는 제도. 1965년 민주당 린든 B. 존슨 대통령 시절 도입된 공공의료보험이다.

* 출처 : 미래에셋은퇴연구소

* 기고 : 이경원 텍사스 주립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