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대차 표준계약서는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에 관하여 "계약이 종료된 경우에 임차인은 임차 상가건물을 원상회복하여 임대인에게 반환하고 이와 동시에 임대인은 보증금을 임차인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간단히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는 최초 준공 상태의 건물에 임차인이 영업을 개시했다면 건물 처음의 상태로 되돌려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 임차인이 사용하던 건물을 그대로 인도받아 건물을 사용한 경우는 현재의 임차인이 직접 시설하지 않은 부분까지도 원상회복의무가 인정될 지 명확치 않으며 대법원 판례 역시 구체적 사안에 따라 달리 판단하고 있다.

상반된 결론을 내린 두 대법원 판례를 통해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가 어떻게 해석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직접 시설한 것에 한해 원상회복의무를 인정한 A씨의 사례_90다카12035판결

사실관계

A씨는 전 임차인이 운영하던 유흥음식점을 인수해 임대인과 인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영업을 하던 중 부근에 경쟁 업소가 생기자 내부시설을 개조하였고 계속 영업을 해 오던 중 임대차가 종료되었다.

A씨는 임대차계약상 원상회복 의무에 따라 일부 원상회복을 하였으나 임대인은 원상회복이 완료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거부하여 A씨는 임대인을 상대로 임대차보증금반환 소송을 제기하였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A씨는 직접 시설한 것에 한해 원상회복의무를 진다고 판단하였다.

"임대차종료로 인하여 목적물을 원상회복하여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하여도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그것은 직접 개조한 범위 내의 것으로 임차 받았을 때의 상태로 반환하면 되는 것이지 이전의 사람이 시설한 것까지 원상회복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전 임차인이 시설한 부분까지 원상회복의무를 인정한 B씨의 사례_2017다268142판결

사실관계

B씨는 00주식회사가 2010년 시설공사를 하고 운영하던 커피전문점 영업을 양수하였다. 00주식회사는 임대인과 2014.2.7부터 26016.2.6까지를 임대차기간으로 정하였으나 임대차기간이 종료되기 전인 2014.6.13 B씨에게 커피숍을 양도하였고 B씨와 임대인이 체결한 임대차계약은 00주식회사의 임대차계약과 그 내용이 모두 동일하고 임대차종료일 역시 2016.2.6까지였다.

임대차계약서에서는 원상회복에 관하여 "계약 체결 당시의 상태로" 원상회복을 하여야 한다고 정해져 있었다. 이를 근거로 B씨는 전 임차인 00주식회사가 설치한 시설은 B씨에게 원상회복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B씨는 전 임차인이 시설한 부분까지 원상회복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점포의 임차인 지위가 00주식회사로부터 B씨에게 양도되었다고 인정하는 것이 정당하므로 전 임차인이 점포에 시설물을 설치하였다 하더라도 B씨는 이를 원상회복할 의무가 있다."

즉 임대인이 기존 임대차계약 후 후속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를 한 경우 이것이 기존의 임대차계약 관계 및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완전히 소멸시키고 신규임차인과의 새로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발생시키는 것인지 아니면 기존 임대차계약상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양도하거나 기존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양도하는 것인지를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종합적으로 해석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입장이다.

B씨의 경우와 같이 기존 임대차계약과 그 계약내용이 완전히 동일하고 임대차기간 역시 동일하다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임차인의 지위가 양도되었다고 인정되며 결국 전 임차인의 지위를 그대로 이어 받은 B씨는 전 임차인이 시설한 부분까지 원상회복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는 판단이다.

상반되는 두 판례_그 이유는?

A씨와 B씨는 어떤 점에서 운명이 갈린 것일까?

현재까지 일반적으로 알려진 대법원 판례는 '다른 특약이 없는 한' A씨의 경우와 같이 자신이 직접 시설한 범위 내에서 원상회복의무를 이행하면 되고 전 임차인이 시설한 것까지 원상회복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B씨의 경우를 들여다보면 구체적인 계약 관계에 따라 원상회복의무를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임대차기간이 종료되어 후속임차인이 임대인과 완전히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면 A씨의 경우처럼 직접 시설한 것에 한해 원상회복의무를 지지만 임대차계약기간 도중 임차인의 지위를 이전 받는 형식으로 동일한 임대차계약을 이어 받았다면 B씨의 경우처럼 전 임차인이 시설한 것까지 원상회복의무를 지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원상회복의무에 대해 서로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반드시 특약사항에 원상회복의무를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 출처: 미래에셋대우 VIP컨설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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