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워런 버핏, 리처드 코너스

금융투자업계에 몸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워런 버핏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세계 부자 순위가 발표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다보니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그가 했던 인터뷰나 발언 등이 심심치 않게 재조명되고, 그가 이끌고 있는 버크셔 헤서웨이란 회사가 어디에 투자했는지에 따라 글로벌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비단 명망이 높아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가 누구이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배울 것은 무엇인지 귀를 기울이는 듯 하다. 나 역시 진정 그가 궁금했다.  

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던 시기, 서점에서 워런 버핏과 관련된 책을 찾아봤다.

어렵지 않게 책을 찾을 수 있었으나 특이하게도 지은이가 모두 다르다는 점이었다. 

정작 당사자가 쓴 책을 찾아볼려고 노력했으나 여의치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그와 관련된 책은 무려 400여권이 넘는데, 모두 다른 작가들이 그와 그의 투자관에 대해서 자기들의 시각으로 평한 것들이었다. 

그러던 중 안 사실로 워런 버핏은 이미 오래전부터 버크셔의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내고 있었고, 

무려 50여년간이나 한번도 빠짐없이 연례보고서를 쓰고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의 주주서한은 탁월한 글쟁이들이게 주는 상까지 받을 정도로 내용의 깊이와 품격이 있었던 자료였다. 

그가 매년마다 쓴 서한을 묶어서 하나의 책으로 편집한 것이 바로 워런 버핏 본인 스스로가 직접 저굴한 주주서한이라는 '책'이다.

그의 보고서는 매년 뉴스와 언론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로렌스 커닝햄이란 워싱턴대 교수가 편집해서 발간한 워런 버핏의 주주서한이라는 제목의 책은 그 어떤 책도 워런 버핏이 직접 쓴 진본을 대신 할 수 없었다.

투자 관련 전문 번역가로 잘 알려진 이건 작가의 훌륭한 번역이 외서가 가진 맥락 전달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틈을 잘 메꿔 주었으며, 그

그의 주옥같은 생각과 혜안들을 집대성한 주주서한의 완성이자 최종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워런 버핏 바이블이다.

워런 버핏 바이블은 기존의 주주서한을 책으로 펴낸 것과 큰 줄기에는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다른 점도 무척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주주총회의 육성 답변내용을 상당부분 책에 수록했다는 점이다. 

그와 그의 평생 파트너이자 버크셔의 부회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찰리 멍거는 매년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회사이자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버크셔의 주주총회는 매우 특별하다. 다른 회사는 감히 엄두도 낼 수 없을 만큼 구름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마치 축제와도 같은 행사가 바로 버크셔의 주총이다. 

이 주총에 참가하기 위해 버크셔의 주주는 물론 전세계의 눈과 귀가 오마하로 향하게 되고, 

주주들은 자유롭게 회장과 부회장에게 질문을 하는 시간을 갖는다. 

참으로 부러운 광경이자 주식회사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다.

버핏이 그의 혜안을 글로서 집대성한 것이 바로 연례보고서라고 한다면, 

주총의 질의응답 시간은 글로는 미처 전달하지 못한 이야기와 지혜를 말로서 듣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원래는 오마하의 주총에 참석하지 않으면 버핏의 주총답변을 들을 수 없었는데, 2015년부터는 인터넷으로 생방송되고 있다고 한다. 

질의응답에는 회사와 관련된 얘기 뿐 아니라 그의 인생관, 가치관, 삶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 젊은이들을 위한 조언, 심지어 가족과 관련된 에피소드 등 다양한 질문과 답변이 쏟아진다. 

그는 거침이 없으며 올바른 생각과 자세로 주주들의 궁금증을 긁어준다. 

게다가 그의 나이 못지 않게 노련한 유머가 가득한 답변을 읽고 있자면 가만히 웃음이 난다. 

그래서 어떤 독자는 이 책의 질의응답만 읽어도 술술 잘 읽힌다고 평하는 지도 모른다.

나 역시 책의 본문도 본문이지만~ 전에는 전혀 접할 수 없었던 그의 수려한 언변과 인사이트에 새삼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 읽었다.

이 책이 다른 워런 버핏이 작성한 주주서한 관련 책들과 다른 점은 가장 최근의 연례보고서와 질의응답을 수록했다는 점이다. 책은 많은 지면을 최근의 이슈들에 많이 할애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 책의 주요 독자들은 워런 버핏과 관련된 책을 여러번 읽었을 거라는 생각하에 그런 듯 싶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현인 중의 한명으로 평가받는 그의 지혜는 책 한두번으로 채우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최근의 보고서와 답변의 가장 큰 특징으로 더욱 놀라운 사실은 다름아닌 자신의 투자 실패에 대해서 매우 소상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얘기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뛰어난 투자의 대가라도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 할 것이다.

그러나 유명해지고 본인이 짊어져야 할 짐이 많을수록 그 점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와 그의 파트너 멍거는 너무나 자연스럽게도 자신들의 실패에 대해서 거침없이 얘기한다. 

대표적으로 IT에는 투자하지 않는 걸로 잘 알려진 버크셔가 의욕적으로 투자했던 IBM은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초기 구글과 아마존의 가능성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성장에 대한 확신이 없어, 결국 투자기회를 놓쳤다는 사실도 인정한다. 모든이들이 잘 알고 있는 IBM에 대한 투자실패는 인정한다고 치더라도, 투자조차 하지 않은 회사들까지 굳이 얘기하면 자신들의 판단착오에 대해서 주주들에게 솔직히 인정하는 모습은 경외롭기까지 하다. 

소액주주들에게 회장과 부회장이 투자실패에 대해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주주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모습이 워런 버핏이라는 사람의 인간적인 매력까지 더해져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 같다.

책 한구절 한구절이 형광펜으로 밑줄을 치면서 읽어야 할 정도로 흘려넘길 구절이 없을만큼 배울 것이 많다. 두번 세번 읽어도 매번 새로우며 여전히 모자름마저 느낄 정도이다. 좋은 구절이 많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 몇가지만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앞서 소개한 것처럼 IBM 투자가 실패했다고 인정하면서 최근 거액을 들여 애플에 투자를 했다. 

많은 이들이 스티브 잡스가 타계하고, 혁신의 아이콘이라고 불렸던 애플의 전성기가 정점을 지났다고 판단되는 느지막한 시기에 내린 투자결정에 우려를 표명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의 결정에 대해 그의 파트너 멍거는 그가 미쳤거나 또는 지금도 배우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콜라와 햄버거를 좋아하는 버핏이지만 여전히 총기와 유머가 넘쳐나는 그가 미치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그는 여전히 배우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라 할 수 있겠다. 세계 최고의 부자이자 투자대가인 버핏도 여전히 배우고 있는 사실이 놀라울 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버핏은 IT기업들에 대해서 상당히 보수적이라는 시각을 견지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인 애플, 알파벳, MS, 아마존, 페이스북을 가리키면서, 무형자산을 바탕으로 높은 가치를 창출 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인정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절대 꺾이지 않을 것으란 의견을 피력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알던 버핏과 지금의 버핏은 매우 다르다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버크셔의 중요한 사업 중 하나가 바로 보험업인데, 그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이가 보험사업을 이끄는 '아지트 자인' 이다.

심지어 버핏은 주총에서 자신과 찰리, 그리고 아지트 자인이 물에 빠진다면 자인부터 구하라는 말까지 했다. 그의 겸손과 함께 경영자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고, 현명한 투자자이면서 위대한 경영자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버핏은 벤저민 그레이엄의 제자 중 한명으로 그레이엄이 주장한 가치투자에 눈을 떠 지금의 버크셔가 되다.

그래서 버핏하면 떠오르는 가장 주된 이미지는 가치투자이며 가치투자자하면 가장 떠오는 인물도 바로 버핏이다. 주식투자에는 가치투자를 비롯하여 모멘텀투자, 성장주투자, 차트를 바탕으로 하는 기술적투자 등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나 역시 어떤 부분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투자자들 각자의 원칙과 소신에 기반하여 투자한다면 그 방법론이 가장 올바른 투자라고 생각하는 바다. 

증권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고객부터 주변 동료들까지 참으로 많은 부류의 투자자들이 있다. 

그중에는 아직까지도 내공이 필요한 사람도 많지만 나보다도 훨씬 뛰어난 분들이 많아 나 역시 그들에게서 늘 배우는 중이다. 어떤 이는 비록 밸류에이션이 높더라도 성장성이 확실한 몇 개의 기업에 투자해서 큰 결실을 보고 있기도 하고, 장외주식에 투자하여 놀라운 수익을 얻은이들도 존재한다. 

따라서 버핏이 평생의 원칙으로 삼은 가치투자만이 정답은 아닐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투자관은 분명 검증된 것이고, 그가 이끄는 버크셔와 그의 재산이 그의 투자원칙과 관점을 입증해 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그의 투자관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그가 말한 것 중 과열과 버블에 관한 내용은 가장 가까이서 주식시장을 목격하는 나에게 실로 많은 것을 시사한다. 버핏은 연례보고서에서 주택가격과 인터넷 기업들의 버블에 대해서 이야기한 내용을 들여다보자. 

그는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치솟는 가격에 대해 투자자들은 처음에는 회의적이었지만, 

이내 가격상승이라는 증거에 굴복하여 버블에 동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풀어 오른 가격은 언젠가는 터지기 마련이며, 우리는 다시 한번 옛 사람들의 속담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할 수 있다. 

지혜로운 사람이 시작한 일을 바보가 마무리한다는 그의 교훈. 자본주의를 살아갈 우리들이 깊이 생각해봐야할 구절이며, 고객자산을 관리하는 나 역시 그 사실을 가슴 깊은 곳에 간직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버핏이 생각하는 올바른 투자관은 무엇일까?

투기가 아닌 투자를 하기 위해서 전제될 조건은 무엇일까? 

버핏의 많은 교훈이 있지만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회사와의 동업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정적인 산업에 속하면서 장기 경쟁우위를 확보한 기업에 투자하라는 그의 조언은 자칫 진부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바보라도 운영할 수 있는 회사가 진정 좋은 회사이며, 한 명의 슈퍼스타 경영인이 있어야만 위대한 실적이 나오는 기업은 위대한 기업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좋은 기업과 경영자에 대한 그의 투자관을 잘 엿볼 수 있다.

버크셔는 일종의 지주회사이기 때문에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영자의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버크셔의 기업가치는 너무 커져서 시장에서 주식을 매수하기는 어렵기 ？문에 통째로 인수합병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래서 버핏은 경영자가 장기간 동업할 수 있을만큼 신뢰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심지어 그는 똑똑하고 열정적인 경영자보다 정직한 경영자를 더 선호한다는 점이다. 

정직하지 않은 경영자가 똑똑하고 열정적이면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버크셔만큼 통째로 기업을 인수해야 하는 규모보다도 턱없이 부족한 자산을 가진 개인투자자들을 관리하는 일이 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핏과 그가 이끄는 버크셔의 투자전략은 배울 점이 많다. 

워런 버핏의 사상과 가치관이 고스란이 녹아있는 그가 직접 작성한 연례보고서를 묶어 편집하고, 그가 주주들과 대화를 통해 기록한 내용을 옮겨놓은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워런 버핏이라는 인물을 잘 표현하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버핏은 늘 자신의 업무가 기업인수든 주식투자든 무엇이든간에 자본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의미에서 고객의 자산을 적절하게 분산하여 배분한다는 나의 업무와 많은 것이 닮아있다.

버핏의 버크셔는 계열회사가 많지만 대부분은 주식에 투자하고 있으며, 나는 고객의 자산을 주식 뿐 아니라 채권과 다양한 형태의 금융상품에 배분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덩치가 너무 크고 많은 이들에게 잘 알려진 버크셔는 큰 거인과도 같아서 한 번 움직일려면 땅이 울리지만, 그보다 덩치가 훨씬 적은 나의 고객 포트폴리오는 보다 유연하게 조율할 수 있다는 점은 버핏보다 내가 좀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비록 그의 수십년간 쌓인 지혜를 따라갈 수는 없지만 인생의 멘토 중 한명으로서 많은 것을 배우고 나의 업무와 삶 속에서 적용시켜 본다면 분명 성취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글은 미래에셋대우 투자센터대전 WM 문동관 선임매니저가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