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 관한 강의를 장황하게 하다가 결론에 이르면 싱겁기 짝이 없다. 종목을 분산하고 장기투자 하라는 권고다. 짧게 요약하면 ‘ETF를 장기 투자하라’ 가 된다. 듣는 사람도 실망한다. 그들의 표정은 ‘이게 무슨 투자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 원칙을 행동에 옮길 때 누구도 쉽게 따라 하지 못하는 게 하나 있다. 인내다. 앎과 실천은 ‘레테의 강’의 이편과 저편만큼이나 다르다. 투자는 인내의 실천이다. 투자는 적토마를 길들여 타고 다니는 거나 마찬가지다. 기대수익률이 높지만 위험도 높은 자산을 선택해 리스크 관리를 잘한다는 뜻이다. 기대수익률이 높은 자산은 누가 뭐래도 주식이다. 주식은 투자시장에서 최고의 공격수다. 수익률이 높을 뿐 아니라 시장도 넓고 깊어서 다양한 상품과 풍부한 유동성이 있다. 자본주의가 집약되어 있는 자산이기도 하다. 단점이 있다면 잘 다루지 못하면 적토마처럼 주인을 내동댕이쳐버린다. 잘만 길들이면 이만한 자산이 없다.

주식을 길들인다는 것

주식을 길들인다는 것은 주식 수익률의 변동성을 줄인다는 뜻이다. 매기(每期)의 수익률 변동성을 줄이면 실제로 투자수익은 높아진다. 주식 가격이 100, 50, 100 이었다고 하자. 수익률로 바꾸면 -50%, 100%가 된다. 연평균 수익률을 구하면 25%(=(-50%+100%)/2)가 된다. 그러나 주가가 100에서 시작해 100으로 끝났으니 실제투자수익률은 0%다. 연평균 수익률이 25%임에도 불구하고 실제투자수익률이 0%인 이유는 주가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투자론 교과서가 수익률 변동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그렇게 열을 올리는 이유다. 변동성을 줄이는 두 가지 방법은 분산과 장기투자다.

분산은 ‘공짜 점심’이라고 부를 정도로 변동성을 확실하게 줄여준다. 주식을 여러 종목으로 분산하고, 주식·채권·부동산 등 자산군을 분산하고, 지역적으로도 분산해야 한다. 이렇게 분산하는 것을 사람들은 따분하게 생각한다. 한두 종목 잘 고르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럴까? 심리학에서는 사후편향(hindsight bias)이라는 말이 있다. 과거의 우연한 사건을 되돌아보면서 이를 자신의 영웅적 스토리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투자에서 특히 유의해야 할 사고의 착각이다. 아마 가장 흔한 성공 스토리가 삼성전자 사서 돈 번 이야기일 것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한두 종목 잘 사놓으면 된다고 한다. 생각해 보자. 삼성전자가 이렇게 성장하리라고는 20~30년 전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앞으로 삼성전자의 미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는 확실하게 안다고 할 수 있는가? 최근에는 부침이 큰 기술주나 바이오 주식이 많아 졌다. 더욱 종목을 분산해야 한다. 분산보다 열 배는 더 어려운 게 장기투자다. 강의를 하다 보면 사람들은 ‘차라리 주식을 사고 팔고 하는 게 쉽지 10년, 20년은 투자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후자는 맞는 말이지만 전자는 지극히 착각이다.

사고 팔고 하는 게 쉬워 보일 따름이지, 실제 꾸준히 돈을 벌 수 없다. 반 면 10년, 20년 장기투자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준다. 장기 투자가 투자수익을 높여주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장기투자를 하면 주식의 장기평균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전문 용어로 ‘수익률의 평균회귀성향’이라고 한다. 용수철을 쭉 늘리면 굴곡이 거의 사라진 모양이 되듯이 울퉁불퉁한(choppy) 주식 수익률을 장기로 쭉 늘리면 평균수익률에 수렴한다.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게 줄어 든다. 미국 주식 수익률의 경우 5년을 투자하면 1년 투자할 때에 비해 손실을 볼 가능성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이후 기간을 늘릴수록 손실 가능성이 조금씩 줄어든 다. 대략 5~20년은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자본시장 믿고 인내하는 게 ‘좋은 투자’

장기 투자의 장점은 둘 더 있다. 마켓 타이밍의 실수를 줄이고 복리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마켓 타이밍은 거의 운을 바라고 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여기에 인간의 심리가 개입되다 보니 마켓 타이밍의 실제 성과는 운보다 나쁘다. 비싼 가격에 사고 싼 가격에 파는 경우가 많다. 또한 길게 투자할수록 복리효과의 이점을 더 누릴 수 있다. 주식 가격은 기업이 배당을 하지 않을 경우 이익을 재투자하기 때문에 복리효과를 내포하고 있다. 장기투자에는 어려움이 많다. 주가가 급락해 곧 세상이 망할 것같이 보일 때가 10년에 한 번씩 찾아온다. 운 없으면 투자 수익도 맛보기 전에 이런 고통부터 받아야 할 때가 있다.

반대로 주식 가격이 무서우리만큼 오랫동안 오를 때도 있다. 주변 사람이 종목을 잘 사서 나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다들 높은 수익을 낼 때 나는 자산을 분산하다 보니 평범한 수익을 낸다. 똑똑한 사람들이 주식을 팔라고 외칠 때도 바보같이 그냥 지키고 있어야 한다. 이를 견디려면 돌부처라도 되어야 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크게 곧은 것은 구부러진 것 같고 좋은 말은 어눌한 듯하다(大直若屈 大辯若訥)’고 했다. 좋은 투자란 멋있어 보이지 않는다. 낮은 가격에 사고, 기가 막히게 높은 가격에 파는 것을 배우는 게 아니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돈을 버는 게 좋은 투자다. 좋은 투자는 우직하고 우둔해 보이기까지 한다. 블랙스톤의 슈워츠맨(Stephen A. Schwarzman) 회장은 ‘길이 보일 때까지 계속 걸어야 한다’고 했다. 투자는 현명한 머리가 아니라 끈기를 가진 인내다. 자본시장을 믿고 인내하는 것이 좋은 투자다.

글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기고 : 김경록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