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제한되며 수요 우위 지속 예상 

2021년을 맞이하며 초과 수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WTI의 가격은 작년 2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 당 50달러를 넘었습니다. 수요 측면에서 보면,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세로 인한 수요 감소 우려보다는 향후 경기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큰 것으로 판단되며, 공급 측면에서는 OPEC+가 기존 감산 합의량을 유지하기로 결정을 했고 유가가 상승함에도 미국 산유량 회복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원유 수요 우위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OPEC+ 감산량 유지를 이끈 사우디의 단독 감산 

2021년 첫 OPEC+ 감산량 조절 회의에서는 사우디가 자발적으로 단독 100만 b/d 감산을 발표하며 OPEC+ 멤버들의 만장일치를 이끌어냈습니다. OPEC+의 대부분의 멤버들은 기존 감산량을 유지하기로 했으나, 마지막까지 증산을 주장했던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은 2~3월에 각각 6.5만, 1만 b/d 씩 증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따라서 OPEC+의 감산량은 1월 720만 b/d → 2월 712.5만 b/d → 3 월 705만 b/d로 점차 감소하게 되었으나, 사우디의 단독 감산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OPEC+의 총 생산량은 현재보다 감소할 예정입니다. 

강해지는 러시아의 증산 주장 

결국 사우디의 깜짝 단독 감산으로 OPEC+의 감산량이 지속되는 것으로 결론이 나긴 했지만,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50만 b/d 증산 주장은 관철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만약 2월부터 OPEC+가 50만 b/d를 증산하기로 결정했다면, 비율대로 계산해보면 러시아의 증산 분은 약 13.8만 b/d가 됩니다. 따라서 이번에 결정된 사항처럼 러시아가 2월 6.5만 b/d → 3월 13만 b/d를 점차 증산하게 되면, 결국 러시아 입장에서는 OPEC+가 50만 b/d 증산한 것과 똑같은 양을 증산하게 된 것입니다.

미국의 산유량 증가 가능성 확대 

이번 OPEC+ 감산량 유지 결정은 초과수요시장을 지속시켜 당분간 국제유가가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높여주었고, 결과적으로 미국 셰일 업체들이 신규 투자를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으로 판단합니다. WTI 가격이 미국 셰일의 신규 유정 평균 생산 단가인 49달러를 넘어섰고, 유가의 추가 상승세는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신규 투자를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2021년 설비투자 계획도 전년대비 증가할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달라스 연준에 따르면, 절반 가까이의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답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이에 답했던 80%의 기업들은 2021년 유가가 46달러보다 낮을 것으로 가정했다는 점입니다. WTI 가격이 50달러보다 높은 수준에서 안정화된다면, 추가적으로 설비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 셰일 업체들의 인수합병 시작

작년부터 미국 셰일 업체들의 인수합병이 시작되었고, 올해도 그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비용 절감 효과로 미국의 산유량 증가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신규 생산이 늘어나기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 정책으로 인해 셰일 산업이 신규 투자를 늘리기에는 부정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은 셰일 산업에 부정적

앞서 언급한 미국 셰일 산업의 회복 기회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당선인의 친환경 정책은 미국 셰일 업계의 신규 투자와 사업 확장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 중  ① 연방정부 토지 내 신규 프래킹(Fracking) 금지, ② 화석연료 관련 보조 금 지급 중단 이 두 가지가 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원유 생산 지역 내 연방정부 토지 비중은 약 24% 수준(2017년 기준)으로 전체 원유생산 지역의 1/4 정도가 신규 투자에 있어 제한을 받을 수 있고, 화석연료 관련 보조금의 삭감은 원유 수요를 감소시킬 요인이 됩니다. 따라서 현재 미국 셰일 산업의 신규 투자가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이긴 하지만, 바이든 정부의 출범 이후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규제는 셰일 산업의 회복을 더디게 만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요 회복세 둔화되지만, 단기간 공급 확대 가능성 역시 제한적

결과적으로, 국제유가는 당분간 수요 우위가 유지되면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팬데믹 상황 악화로 원유 수요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했지만, ① OPEC+가 3월까지 감산량을 유지하기로 결정했고, ② 미국 셰일도 신규 투자부터 산유량 증가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데다가, ③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이 미국 셰일 산업에 우호적이지 않기에 여전히 초과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미국 원유재고가 감소하는 추세인 점, 원유 선물이 백워데이션으로 전환된 점 등도 유가 상승세를 지지하는 요인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