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쉴러(R. Shiller) 예일대 교수는 자산 버블 전문가다. 그는 ‘버블은 가격이 오를 거라는 기대가 많아 가격이 일시적으로 과다하게 오르는 것’으로 보았는데, 버블 시기의 주택시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생각들이 팽배하다고 한다.

① 집값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나중에 더 높은 가격으로 팔 수 있을 것이므로 이 가격에도 살 만하다.

② 집값이 오를 것이므로 굳이 저축을 안 해도 된다.

③ 처음 집을 사려는 사람은 지금 사지 않으면 나중에 사기 어려울 것이다.

④ 집값은 떨어질 것 같지 않고 특히 장기적으로 확실히 떨어지지 않으므로 집에 투자하는 데 리스크는 없다.

2008년 미국 주택시장 버블 어떻게 붕괴됐나?

미국 주택시장은 2000년대 초부터 버블 이야기가 있었다. 이전에는 주택 붐(boom)이라는 말을 썼는데 2002년부터 비로소 버블(bubble)이라는 말이 주택시장에서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 그만큼 주택가격이 엄청 오른 것이다. 이 배경에 금리가 있었다. 당시 미국은 나스닥 버블이 꺼지고 얼마 되지 않아 2001년 9·11 월드트레이드센터 테러 사태가 일어났다. 경기침체를 우려한 미국연준(Fed) 의장 그린스펀(Greenspan)은 정책금리를 2000년 6.5%에서 2003년 1%까지 떨어뜨렸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6.5% 언저리에서 3.5%까지 내려갔다가 4%대 정도로 반등했다. 주가는 떨어졌지만 미국의 주택가격은 계속 올랐다.

주택시장 버블 이야기가 나오면서 미국은 2003년부터,정책금리를 1%에서 3년 동안 5.25%까지 단숨에 인상했다. 하지만 장기금리가 많이 오르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4.5~5% 수준에 머물렀을 따름이다. 미국 주택대출 금리는 우리나라처럼 단기금리에 연동되지 않고 장기금리에 연동되기 때문에 주택시장에서 장기금리가 중요하다. 그런데 장기금리가 별로 움직이지 않으니 주택시장 과열을 식히는 데 역부족이었다. 그린스펀은 정책금리를 과감하게 인상해도 장기금리가 생각처럼 올라가지 않자 이를 ‘수수께끼(conundrum)’라고 불렀다. 장기금리가 오르지 않은 것은 중국의 값싼 제품이 생산되면서 물가가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껏 오른 주택가격은 결국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를 시작으로 처참하게 붕괴했고 세계경제를 공황으로 밀어넣을 뻔했다. 자산 투자는 주식과 주택을 과다하게 차입해서 사거나 혹은 차입을 덜해서 구매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쉴러 교수에 따르면 이 중 버블이 꺼질 때 실물경제에 더 큰 타격을 주는 것은 과다하게 차입해서 주택을 구매한 경우라고 한다. 과다한 차입과 주택가격 상승의 결합을 우려하는 이유다. 차입이 증가하는 것은 향후 주택가격이 더 상승할 거라는 기대와 금리가 낮아져 차입 비용이 싸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리가 대폭 낮아질 경우 차입 증가와 함께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제로금리 의미 생각해봐야 할 때다

제로금리에 들어선 우리나라의 2020년 3분기 가계대출은 1585조원에 이른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이 890조원으로 가계대출의 56%를 차지한다. 미국이 대략 60%인 것을 감안하면 비슷한 수준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가계 대출을 이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증가 속도 역시 빠르다. 가계대출은 2002년 416조원에서 2020년 3분기까지 연복리성장률이 7.8%에 이른다. 9년 3개월이면 가계 대출 잔액이 두 배가 되는 속도다. 최근 5년간 복리성장률도 7.2%로 그 기세가 전혀 꺾이지 않았다. 가계대출에 판매신용을 합한 가계신용은 2020년 3분기에 1682조원으로 명목 GDP 대비 101.1%로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100%를 넘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한 국가가 감내할 수 있는 가계부채는 GDP 대비 85% 수준으로 보고 있다. 부채가 민감한 수준에 이르렀다.

금리가 향후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을 보려면 제로금리의 의미를 생각해봐야 한다. 제로금리는 다음 세 가지를 의미한다. 우선, 금리가 ‘제로’이니 추가적으로 더 하락하기 어렵다. 금리가 추가적으로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못한다는 뜻이다. 둘째, 여차하면 금리가 오를 수 있다. 내년에는 코로나19로 미루었던 소비를 한꺼번에 하면서 물가는 오르게 된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더라도 시장의 분위기는 다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금리가 오를 때는 내릴 때 얻었던 이득의 몇 배를 갚아야 할지 모른다. 설상가상,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미루어 놓았던 주택공급까지 확대되면 문제는 커진다. 이런 흐름을 주택시장이라는 솥에 불을 때는 아궁이에 비유한다면, 이제 장작을 추가로 아궁이에 넣을 일은 없으며 앞으로는 아궁이에서 불타고 있는 장작을 한두 개씩 꺼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물은 식는다.

제로금리에서 단기적으로 주택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2, 3년 후를 내다봐야 할 때다. 가계의 부동산 비중을 줄이는 게 좋다. 부동산에 투자하더라도 투자 대상과 지역을 분산하고 유동성을 높여 두어야 한다. 유동성은 정작 절실히 팔고 싶을 때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를 실행하는 데는 부동산간접투자상품인 리츠(REITs)가 적합하다. 이를 통해, 유동성을 높일 뿐 아니라 국내 주택과 상가 등에 집중된 부동산 투자를 다양한 자산으로 글로벌하게 분산해야 한다. 지금은 제로금리의 달콤한 맛에서 벗어나 미래를 보아야 할 때다.

출처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글 : 김경록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